There will be blood




폴 토마슨 앤더슨의 작품, 데어윌비블러드. 

내 마음속 제 2의 박찬욱을 맞이했다.


아마 중학생 때였을거다. 교복을 입은 나는 가상의 세계가 좋았다. 책에 빠져들고, 영화에 빠져들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머리가 점점 커진 난 '명작'이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들을 지레 짐작하며 우월감에 '명작'시리즈들을 정복한 시기. 그리고 그 때 다가온게 '올드 보이' 였다.


난 그 때 올드보이를 보고 울었다. 이해는 하고 울었을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나이였다.

우습게 몇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대학에 들어오고 다시 잰 체 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박찬욱, 박찬욱, 그에게 빠져들었다. 공동경비구역,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것, 박쥐, 스토커, 올드보이, 그의 단편 영화들... 그냥 그의 느낌이 좋았다.


박찬욱을 지나 김기덕, 홍상수... 그들의 화법에 반했었다. 물론, 지금도


불과 몇달 전에, 심지어 수업시간에 나의 자의가 아닌 철저한 타의에 의해, 펀치 드렁크 러브를 봤다.

이번엔 그렁그렁 맺히기만 하고, 흐르지는 않았다. 놀라웠다. 그는 내가 원하던 화법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아직도 그의 느낌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영화들을 모두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좋다. 젠체하는 지식인이 되고싶어서도 아니고, 대가리만 빵빵한 고등학생 감성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좋댄다.




미쳤다


그의 영화는 미쳤다. 천재여서 미쳤고 정말 모르겠어서 미쳤다.

There will be blood,

정말 그곳에는 피가 있다.


아슬아슬하다, 주인공은 젠틀하고 완벽해보이지만 왠지 불안하다. 주변 관계도 툭치면 사라질것 같이 약하다. 처음 본 혈육을 덥석 믿을만큼, 세상에 홀로서서 사는중에 외롭고 예민하다. 기름하고 똑같다, 파고 파고 파다가 어느순간 터지면, 막을 수 없다. 피, 광기, 돈, 모두 나오는 순간 엄청나게 쏟아진다. 

미친자들이 미친자들과 미친짓. 멀쩡한 사람은 장애인이 되고, 사라진다. 





나름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다빈치와 피카소를 바라보는 심정일까

대단하다 멋지다 미친것같다 이런 탄성들의 끝자락에 달려오는 '나는?' 의 의문

나는 할수 있나? 나는? 

타오르는 열정에 맞불을 놓는다. 열정은 빠르게 타버리고 마음은 식어버린다.

너무 멋지고 대단해서 좌절감과 박탈감이 느껴진다.

박찬욱이 그랬고 김기덕 홍상수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이 그렇다


그래도 그들은 너무 멋지다. 멋지고 멋지고 멋져서, 계속해서 보고싶다. 보고 또 봐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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